불교가 트렌드가 될 줄야. 유행을 핑계 삼아 도심 속에서 여유를 느끼고 싶다면 절을 방문해 보자. 조용해서 산책하기 좋고 전통도 느낄 수 있는 공간, 서울 곳곳 고즈넉하게 자리 잡은 다섯 개의 절을 소개한다.
1. 봉은사
천이백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봉은사는 강남 한복판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 365일 무료로 개방되어 있어 언제든 방문할 수 있다. 1996년 완성된 미륵대불은 국내 최대 크기로 제작에만 10년이 들었다. 미륵대불 옆에 있는 건물은 서울시 무형문화재 84호로 지정된 판전으로, 이곳의 현판은 추사 김정희 선생이 죽기 3일 전에 쓴 마지막 작품이다.
봉은사 뒤쪽으로는 산책하기 좋은 명상 길이 나 있다. 계절마다 달리 피고 지는 꽃과 나무가 있어 언제 가도 눈이 즐거운 길이다. 매 주말에는 템플스테이를 운영한다. 1박 2일간의 템플스테이에서는 예불, 사찰 순례, 참선, 다도, 울력, 108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 서울시 강남구 봉은사로 531
2. 길상사
성북동 산자락에 있는 길상사는 1997년에 세워졌다. 역사가 그리 길진 않지만 전통 사찰과 조금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길상사의 진영각에는 이 절의 초대 주지이자 무소유로 유명한 법정스님이 잠들어 있다. 스님의 유골이 여기 묻혀있으며 유품과 저서 등도 전시해 뒀다.
길상사 산책길에는 명상할 수 있는 공간인 침묵의 집이 마련되어 있다. 조선 중기에서 온 길상 7층 보탑도 흥미로운 볼거리인데, 지혜와 용맹을 상징하는 네 마리 암수 사자가 기둥을 받치고 있는 형태다. 길상사에도 템플스테이가 있다. 숙박은 할 수 없지만, 묵언 수련 기간 중 전자기기 사용이 금지되어 있어서 세상과 단절되고 내면에 온전히 집중하는 하루를 보내고 싶다면 제격인 곳이다.
📍 서울시 성북구 선잠로5길 68
3. 도선사
북한산 자락에 있는 도선사는 신라 시대 말 승려 도선이 창건했다.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34호인 도선사 석불에는 도선대사가 절을 짓고 큰 바위를 손으로 갈라 만들었다는 전설이 있다. 덕분에 그앞은 기도를 올리는 신자로 사시사철 붐빈다. 온화한 미소를 띠고 있는 포대화상 앞도 못지않다. 배꼽에 양손 엄지손가락을 넣고 시계방향으로 세 번 돌리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들 해서 배 주위는 반짝반짝 닳아있다.
대웅전 앞을 수놓은 연등은 방문객 수를 실감하게 하며, 이곳 공양간에서는 불자와 불한산 등산객에게 식사를 무료로 제공한다. 단, 사용한 식기는 씻어 두고 가는 것이 예의라고.
📍 서울시 강북구 삼양로173길 504
4. 조계사
1395년에 지어진 조계사는 종로 한복판에 있어 봉은사와 더불어 많은 방문객이 찾는 곳이다. 입구의 사천왕상은 크기는 작지만 하나에 무게가 1톤이 넘는데, 철제를 층층이 쌓아 만든 것이 독특해 조계사만의 분위기를 돋운다. 단청이 아름다운 대웅전 앞에는 천연기념물 9호로 지정된 백송도 있다.
조계사는 매해 석탄일 방송되는 법요식이 진행되는 곳이기도 하다. 24시 열려 있으며, 템플스테이는 1박 2일에서 3박 4일까지 다양하게 운영된다.
📍 서울시 종로구 우정국로 55
5. 화계사
화계사는 고려 광종 때 보덕암이라는 이름으로 창건됐다. 유명인도 종종 방문하는 등 템플스테이가 특히 유명한 절이다. 예불, 108배, 염주 만들기, 북한산 둘레길 명상 등의 프로그램이 체계적으로 짜여있어서 사찰 생활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
화계사에는 1683년 조선 숙종 때 만들어진 동종이 있다. 장식이 화려하면서도 사실적이어서 조선시대 만들어진 것 중 수작으로 꼽히는 종이다. 목조 지장보살 삼존상과 시왕상도 국가 보물로 지정돼 있으며, 미륵전 뒤편에는 다양한 아시아 나라들의 불상이 놓여 있다.
📍 서울시 강북구 화계사길 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