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인 이유를 떠나서 도심 속에서 잠시 동안이나마 여유와 평화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면 절을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조용해서 산책하기 좋고 우리의 전통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곳, 바쁜 일상에 쉼표를 찍을 수 있는 서울 도심에 곳곳에 숨어있는 절을 소개한다.
1. 봉은사
약 1천2백여 년의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봉은사는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있어 가장 접근성이 좋은 곳이다. 365일 무료로 개방되어 있어 언제든지 방문하기 좋다. 직접 향을 피울 수 있고 곳곳에 기도할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어 불교신자들도 자주 찾는 장소지만, 코엑스와 매우 가깝고 아기자기한 다양한 기념품도 많이 팔아 특히 외국인 친구들을 데려가면 한국의 전통문화를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서울의 또 다른 매력을 자랑할 수 있다. 절 입구에 한글과 영어로 된 안내문이 있으니 참고할 것.
이곳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는 바로 23미터가 넘는 국내 최대 크기의 대형 미륵대불로 1986년 민족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무려 10년 동안의 제작 기간을 거쳐 1996년에 완성되었다. 미륵대불의 왼쪽에 있는 판전은 서울시 무형문화재 84호로 지정된 곳으로 이곳의 현판은 추사 김정희 선생이 죽기 3일 전에 쓴 마지막 작품으로 꼭 찾아보기를 추천한다.
많은 사람들이 절만 방문하지만, 봉은사 뒤쪽으로 가면 산책할 수 있는 명상 길이 고즈넉하니 나있다. 조용하게 풀 내음을 맡으며 이 길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 특히 계절마다 달리 피고 지는 꽃과 나무들로 언제 방문하냐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봉은사에서 해볼 수 있는 또 다른 특별한 경험은 바로 템플스테이. 나를 찾아가는 여행이라는 주제로 매 주말 1박 2일의 정기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보호자가 동반한다면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부터 투숙이 가능하며 홈페이지나 전화로 예약할 수 있다. 비용은 약 7만 원 선. 예불, 사찰 순례, 참선, 다도, 울력, 108배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짜여 있어 평소에는 해보기 힘들었던 특별한 경험으로 하루를 채우고 힐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 매일 오전 5시 ~ 오후 22시
📍 서울시 강남구 봉은사로 531
2. 길상사
성북동 산자락에 위치한 길상사는 1997년에 세워져 역사가 그리 길진 않지만 전통 사찰과는 조금 다른 풍경을 가지고 있다. 법당인 극락전은 이곳의 본 법당으로 과거 ‘대원각’이라는 이름의 고급 요정이었던 곳이었지만, 이 요정의 주인이 법정 스님께 시주하여 지금의 길상사가 만들어지게 된 시초가 된 곳이다. 극락전 바로 옆에 위치한 길상헌은 큰 스님들의 처소로 사용되고 있는 곳으로 이곳을 지나면 길상화의 공덕비와 진영각을 각각 만나볼 수 있다. 진영각은 바로 이 절의 초대 주지이자 무소유로 유명한 법정 스님이 잠들어 있는 곳으로 스님의 유골이 이곳에 묻혀져 있다. 이곳은 한동안 문이 닫혀있었지만 지금은 전시실로 탈바꿈 되 법정스님의 유품과 저서 등이 전시되어 있다. 이곳에서 ‘스님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노트가 있어 조용히 혼자만의 이야기를 남길 수도 있다.
많은 방문객들이 모르고 스쳐 지나가지만, 이곳의 조용한 산책길에 ‘침묵의 집’이 있어 누구나 자유롭게 들어가 명상을 할 수 있다. 길상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방문 거리 중 하나는 조선 중기(1600년~1650년)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길상 7층 보탑으로 지혜와 용맹을 상징하는 네 마리 암수 사자가 기둥을 받치고 있는 형태를 하고 있다.
길상사에서는 숙박을 할 수는 없지만 체험형으로 템플스테이를 경험해 볼 수 있다. 108배가 가능한 나이대라면 누구나 참가 가능하며, 참가비는 약 1만 원 선으로 수련 기간 중 묵언을 해야 하고 전자기기는 사용할 수 없으니 하루 동안 세상과 단절되어 나만의 내면에 집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도심과 가까운 곳에 있지만 꽤 넓은 규모를 자랑하며 절 곳곳을 둘러본다면 한 시간은 족히 할애해야 한다. 이곳은 대중교통으로 간다면 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마을버스 성북 02번를 타고 길상사 정류장에서 하차, 혹은 일반버스 1111번이나 2112번를 타고 홍익중고에서 하차한 뒤 20분 정도 걸으면 된다.
📍 서울시 성북구 선잠로5길 68
3. 도선사
신라 시대 말 승려 도선이 창건한 이곳은 단순히 절을 둘러보려는 사람들보다는 불교 신자들이 더 많이 찾는 곳이다. 북한산 자락에 위치해 있으며, 도선사 입구에서 절까지 약 3km 정도 떨어져 있기 때문에 입구에서 셔틀버스가 다닌다. 이곳에 보관되어 있는 도선사 석불은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34호로 도선대사가 절을 짓고 큰 바위를 손으로 갈라 만들었다는 전설이 있다. 사시사철 이곳 앞에서 기도를 올리는 많은 신자들로 붐빈다.
여기에는 온화한 미소를 띠고 있는 포대화상이 있는대 이 포대화상의 배꼽에 양손 엄지손가락을 넣고 양손을 시계방향으로 세 번 돌리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포대화상의 배 주위가 반짝반짝 닳아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대웅전 앞에 빼곡히 걸려있는 연등은 늘 북적이는 방문객의 수를 실감하게 하며, 위치상 불교 신자들도 많지만 북한산을 등반하기 전후로 방문하는 많은 등산객도 볼 수 있다.
도선사 좌측에 위치한 공양간에서는 불자나 등산객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한다. 본인이 사용한 식기는 설거지까지 마치고 가는 것이 예의임을 명심하자.
📍 서울시 강북구 삼양로173길 504
4. 조계사
1395년에 지어져 오랜 역사를 간직한 조계사는 종로 한복판에 위치해 있는 접근성 때문에 봉은사와 더불어 많은 방문객이 찾는 곳이다. 특히 석가탄신일과 가까운 날이 되면 색색의 연등이 불을 밝혀 그림과 같이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한다. 입구에 있는 사천왕상은 크기는 작지만 한 개당 1톤이 넘는 무게를 자랑하며, 철제로 층층이 입체 형식으로 제작돼 독특한 이곳만의 분위기를 풍긴다. 일주문을 지나 경내로 입장하면 아름다운 단청 지붕의 대웅사를 발견할 수 있는데, 이곳에 심어져 있는 백송은 천연기념물 9호로 500년 이상 된 것으로 추정되며, 흔히 볼 수 없는 형태의 소나무이기 때문에 꼭 찾아보길 추천한다.
매해 부처님 오신 날이 되면 TV에서 볼 수 있는 법요식을 진행하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24시간 항시 개방되어 있어 시간에 관계없이 방문해 볼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 위치 때문인지 외국인들도 꽤 많이 볼 수 있다.
1박 2일에서 3박 4일까지 다양한 종류의 템플스테이를 제공하며, 휴식형과 체험형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있어 온 가족이, 친구와 함께 참여해 볼 수 있다. 가격 대는 1박 당 5만 원 선이며, 예약은 홈페이지를 통해 하면 된다.
📍 서울시 종로구 우정국로 55
5. 화계사
고려 광종 때 보덕암이라는 이름으로 창건된 이곳은 무엇보다 TV프로그램에도 여러 번 나오고 유명인들도 종종 방문하는 템플스테이가 유명한 절이다. 예불, 108배 체험, 염주 만들기, 북한산 둘레길 명상, 사찰 투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사찰의 일상생활을 경험해 보고 마음을 비워내는 하루 동안의 체험이 체계적으로 잘 짜여있으며 아이들과 함께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체험해 볼 수 있다. 가격은 약 6만 원 대로 체험형과 휴식형 프로그램이 있으며 모두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사찰 경내에는 1683년 조선 숙종 때 만들어진 사인 비구 제작 동종을 볼 수 있는데 이 동종은 종에 꾸며진 표현이 매우 사실적이고 화려해 조선시대에 제작된 종 중에서도 수작으로 꼽힌다. 동종뿐만 아니라 목조 지장보살 삼존상 및 시왕상 일괄 역시 국가 보물로 지정돼 있다. 미륵전 뒤편에는 아시아의 다양한 국가들의 불상이 진열되어 있어 또 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 서울시 강북구 화계사길 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