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은 소중하다. 소중의 소자가 작을 소자 인가 싶을 정도로 매우 짧고 중요한 시간이다. 메뉴를 고르는 것이 그날 하루의 최대 과제가 될 수 있는 직장인의 점심시간. 지금이야 재택에 외근이 많아 점심시간이 모호해졌지만, 12시부터 1시까지 칼같이 점심시간을 지키던 나의 EX 직장을 떠올리며 그가 있었던 논현동 맛집을 모았다.
논현동에 있는 직장인들이여. 논현동에는 먹을 곳이 (많이) 없다고 매일 하소연했는데, 지나간 추억으로 상기해보니 꽤 맛집들이 많더라.
1. 탕탕집
일을 하다 보면 무릎에서부터 힘이 안 들어가고 오늘따라 유난히 기력이 없는 날이 있다. 이런 날엔, 제아무리 식단 관리 중이어도 샐러드나 닭 가슴살 따위로는 위로받기 어렵다. 고되거나 매웠거나 에너지가 필요한 날에 찾던 곳, 탕탕집이다.
논현동 탕탕집은 생방송투데이에서도 서울 뼈해장국 톱 5로 소개되었다. 메인 메뉴인 뼈다귀탕을 주로 시키고 설렁탕이나 갈비탕을 먹기도 한다. 회식으로 방문하면 감자탕을 시키기도 하지만, 이곳은 한 뚝배기에 나오는 뼈해장국 만으로도 양과 맛이 상당해 각자 본인만의 정식을 즐기기에 좋다.
같이 나오는 반찬 김치도 훌륭하고, 뼈해장국을 9000원에 즐길 수 있어 가격대도 이 인근에선 저렴한 편에 속한다. 속이 허한 날에도 속이 더운 날에도 언제 찾아가도 좋은 맛집이다.
2. 봉산평양냉면
논현역 인근에 유명한 평양냉면집이 두 곳이 있는데, 하나는 진미평양냉면이고 다른 하나는 봉산평양냉면이다. 진미평양냉면이 평냉 중급자 코스라면 봉산평양냉면은 그보다는 낮은 레벨이라고 볼 수 있다.
필자는 물냉보다는 비냉을 더 자주 시켜 먹었는데, 봉산평양냉면의 비냉은 막국수에 가까운 느낌이 날 정도로 양념 맛이 진하게 난다. 일행이 있다면 접시만두를 시켜 나눠먹어도 좋다.
날이 더워지기 시작하는 6월부터 봉산평양냉면 앞에는 웨이팅이 생겨 점심시간 일찍 나가서 줄을 서거나 미리 자리를 선점해놔야 여유롭게 식사를 할 수 있다.
평양냉면이 그렇듯 가격이 14,000원으로 냉면치고는 다소 높은 편이지만 슴슴한 물냉도, 진한 양념의 비냉도 더위를 가시게 하고 생기를 불어 넣는 역할에는 충분하다.
3. 킹박스
가정식 백반이나 해장국, 냉면 말고 좀 더 MZ 세대같이 영한 음식을 찾는다면 킹박스를 추천한다. 중식이지만 평소에 먹던 중식과는 다르고 인테리어부터 힙한 느낌을 주는 미국식 중식 음식점, 킹박스. 전참시에서 박세리의 단골집으로 방송되며 유명세가 더해졌다.
미드에서 봤던 기다란 사각형 박스에 담긴 미국식 중식요리가 궁금해 방문했던 곳이다. 기대가 아쉽지 않을 정도로 메뉴는 다양했고, 어향가지나 망고크림새우, 마라청두탕면 등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요리를 제공한다.
이곳에서 꼭 먹어야 하는 것을 추천하자면 오렌지 꿔바로우로, 하얗고 크게 튀겨진 꿔바로우와 오렌지가 들어간 소스가 독특하고 인상적이다. 식사류는 만원에서 2만원 초반대로 적당한 가격대에 스스로를 대접하는 느낌이 드는 곳이다. 멀리서 지인이나 손님이 회사 근처로 놀러 올 때면 이곳으로 데려가 오렌지 꿔바로우를 시켜 먹었다.
4. 이삭버거
오늘 점심은 헤비하지 않게 먹고 싶은 날이 있다. 그럴 때면 찾는 토스트와 햄버거. 샐러드만 먹자니 배고프고 맥도날드나 버거킹 햄버거는 소중한 점심시간을 쓰기에 아쉽다면, 이삭버거를 추천한다.
이삭토스트에서 갓 출범한 이삭버거에는 이삭토스트 브랜드 자체가 주는 편안함과 익숙한 맛에서 오는 만족감이 있다. 게다가 점심 식대가 비싼 강남에서 만원 아래로 세트메뉴를 즐길 수 있다는 가성비까지. 맛과 사람 마음을 모두 다 잡은 곳, 점심으로 이삭버거는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