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마술 유튜브에 빠졌다. 넋 놓고 있다 보면 소품이 사라져 있거나, 속으로 생각한 숫자가 어느새 모니터앞에 나오고 있다. 말로는 설명 못 할 신기함과 재미에 이제는 모니터를 넘어 마술사를 가까이서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섰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매일 마술쇼가 펼쳐지는 곳, 신사동 가로수길 골드레이블 매직바를 찾았다.
골드레이블은 들어가는 문부터 남다르다. 문고리를 여는 것도 당기는 것도 아니었다. 신사동 가로수길 골드레이블 매직바의 사장님이자 국가대표 프로 마술사 임홍진 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골드레이블 매직바는 마술을 하는 공간이에요
마술하는 공간이죠. 국내에서는 매직바라는 타이틀을 걸고 운영하는 곳이 제가 알기론 저희밖에 없을 거예요. 보통 바에서 이벤트로 마술사를 모셔 와서 공연하는 데 그쳐요. 하지만 골드레이블 매직바는 마술이 중심되는 곳이에요.
알렉산더매직바에서 로망을 키웠어요
제가 마술을 처음 배운 곳이 홍대의 알렉산더매직바였어요. 대한민국 최초의 매직바였던 그곳은 한국 최초의 프로 마술사 고 이흥선 님의 외손주분이 운영하시는 곳이었어요. 그곳에서 많은 마술사 제자가 배출되었고 그 중엔 최현우 마술사님도 계셨고요.
제가 프로마술사를 처음 본 공간이 매직바였어요. 이후 마술사가 되기로 마음 먹으면서 저도 언젠가 나이들면 매직바를 운영하고 싶다는 로망을 갖게 됐죠. 게다가 워낙에 주류와 칵테일에는 관심이 많아서 계속해서 공부 해 왔어요.
골드레이블 매직바가 낭만을 파는 곳이래요
어느 손님이 말하길, 더 좋은 술 다른 데서도 팔고 더 저렴한 술은 마트에서 사 먹으면 되는데도 굳이 여기로 찾아온 이유는 이 마술 경험을 다른 사람한테 공유해주고 싶어서 오신대요. 지인을 직접 데려와서 보여주고 싶은 곳이라고, 골드레이블 매직바에서는 경험과 낭만을 판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저는 마술을 늘 하니까 한 것뿐인데, 손님들이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다르게 봐주시니까 감사한 마음이었어요. 머리가 멍한 느낌이더라고요.
다른 나라에도 이런 매직바는 없어요
매직바라는 형태가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일본에는 비교적 많아요. 일본에서는 입장료도 받고 이용 시간도 제한돼있지만 늘 만석이거나 인기가 많죠.
저희는 일본과는 다른 형태로 매직바를 운영해요. 매직바지만 양주병 주문 제외하고는 예약을 없애버렸고, 손님들이 언제든 와 편하게 바를 즐길 수 있도록 했어요.
대신 저희는 정말 가까이서 마술 공연을 선보여요. 그 어떤 다른 마술 공연장을 가셔도 눈 마주치면서 마술 공연을 할 수 있는 곳은 없어요. 공연하다보면 손님과 마술사의 호흡까지 서로 들려요.
자정에는 바에서 손님과 마주 서서 공연하는데 이렇게 가까이서 공연하는 경우는 다른 나라에도 잘 없어요. 골드레이블처럼 가깝게 붙어서 친밀하게 공연하는 곳은 일본에서도 해외에서도 드물죠. 해외 마술사들도 골드레이블에 자주 방문해요.
골드레이블 말고도 매직바가 더 생기면 좋겠어요
저처럼 소규모로 친밀하게 작게 하는 마술사들은 무대 마술에 비해 돈을 버는 방법이 적어요. 외려 마술의 기초가 되는 분야이지만 설 자리가 부족한 편이죠. 이 마술들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찾다보니 골드레이블 매직바까지 왔어요.
저 스스로를 마술사보다 자영업자라고 칭할 때가 더 많아요. 마술사로서의 성공에 대회를 나가 우승하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저 같은 자영업자 케이스를 통해 마술과 관련한 여러 길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다양한 사례들이 존재해야 뒤따라오는 분들이 이런 길도 있구나 하고 알 수 있도록 이요. 그리고 이런 매직바 사장님의 길을 걷는 사람이 제가 유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부담스러워서 괜히 그만두지도 못하겠어요. (웃음)
바의 형태 중에 마술 공연을 하는 바도 있구나 하고 사람들이 알 정도로 많은 매직바들이 생겨났으면 좋겠어요.
🍯👉🏻 골드레이블 매직바 사장님이 제안하는 특별한 꿀팁
9시 공연은 메인 스테이지에서, 12시 공연은 바 테이블에서 이뤄져요. 개인적으로 12시 공연을 추천해요. 바에서 하는 공연은 정해진 레파토리없이 정말 주머니에 잡히는 거 눈앞에 보이는 거로 마술하거든요. 정말 놀자판인 데다 가끔 바 공연에 다른 마술사님들을 깜짝 게스트로 모시기도 해요.
그래서 저희 골드레이블을 잘 아시는 단골들은 일부러 무대 공연이 끝나고 비교적 한적한 11시쯤에 오세요. 11시부터 바 테이블이나 근처에 앉아서 음료를 즐기시다가 자정에 마술 공연을 함께 관람하시는 거죠.
오늘 밤 낭만이 그리울 때, 신사동 가로수길의 골드레이블 매직바를 방문해보자. 신가골매 골드레이블 매직바는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저녁 7시부터 새벽 2시까지 오픈한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