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950만 인구가 모여사는 서울은 이제 명실상부한 국제도시 중 하나로 성장했다. 여기에 한류의 열풍과 케이팝, 케이 드라마 등 문화산업을 선도하며 매해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고, 그 옛날 우리 부모 세대가 아메리칸드림을 꿈꿨던 것처럼 케이드림을 꿈꾸며 이곳으로 모여드는 외국인들 또한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서울에 등록된 외국인 인구수만 22만 명이라고.
차이나타운, 한인촌… 외국에서도 같은 문화를 가진 이민자들이 그들만의 독특한 분위기와 문화를 유지하며 모여사는 곳이 있듯 서울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곳. 여기 서울 맞아? 여기 프랑스 아냐? 나도 몰랐던 서울 같지 않은 서울. 서울 속 작은 외국은 어디가 있을까?
다민족 다문화의 상징, 이태원
서울에서 가장 이국적인 곳? 아마 대부분 이태원을 생각할 것이다. 지금은 평택기지로 다 이동했지만, 과거 미군들이 주둔하던 용산기지가 있던 곳으로 자연스럽게 미국인을 상대로 한 상점, 식당들이 발달하며 다양한 외국인들이 모이고, 그로 인해 다국적, 다인종의 문화가 어우러지며 이태원만의 독특한 문화가 형성되었다.
이태원 퀴논길은 2016년 용산구가 계획적으로 조성한 베트남 테마거리로, 한국과 베트남의 우호교류를 상징한다. 나이지리아 거리는 행정구역으로 정확히 표기되지는 않지만 이태원 소방서 뒤쪽 이화시장길 부근을 말하는데, 이곳에 가면 아프리카 머리 전문 미용실 등을 찾을 수 있다.
이국적인 맛을 맛보고 싶다면 멋진 맛집과 카페들이 모여있는 경리단길을 추천하며, 이 주변으로 케냐, 필리핀, 알제리 등 중동과 동남아시아 나라의 대사관과 대사관저가 모여있고 외국인학교도 위치해있다.
작은 프랑스, 서래마을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서래마을은 1986년 주한 프랑스학교가 이 부근으로 이전하며 자연스럽게 형성된 동네로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프랑스인들의 반 이상이 이곳에 산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진짜 프랑스의 맛을 느낄 수 있는 프렌치 레스토랑, 빵집, 와인숍 등이 많이 분포해있다.
이곳에 있는 몽마르트 공원은 도심 속에서 만날 수 있는 휴식 장소로 예술의 전당과 남산이 한눈에 보이는 누에다리와 국립중앙도서관 등과 연결되어 있으며, 주말이면 잔디밭에 앉아 가족끼리 나들이하는 풍경도 종종 볼 수 있고, 매년 3월 20일이 되면 프랑코포니(프랑스어를 모국어나 행정언어로 쓰는 국가들로 구성된 국제연합기구)의 날이라고 해서 서래마을을 비롯한 서초구 곳곳에서 다양한 행사와 축제가 개최되니 한번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광희동 중앙아시아거리 · 러시아거리 · 몽골거리
1990년대 초 한국과 러시아의 수교 후 중앙아시아와 러시아 등지에서 온 사람들이 광희동에 몰려 살기 시작하며 형성된 이곳은, 들어서자마자 외국어로 써진 간판들로 이곳이 과연 서울이 맞는지 신기한 느낌이 든다. 1990년대 초반에는 러시아 인들이 주로 모여 살았으나 1990년 후반 러시아의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지며 많은 러시아인들이 떠나고 지금은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몽골 등 중앙아시아의 다양한 국가에서 온 이민자들이 넓게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음식점과 식료품 등 약 150여 개의 업체가 밀집해 있다고. 한국에서 일하는 우즈베키스탄 인구가 약 10만 명 정도라고 하니 과연 이곳의 규모가 이해가 된다. 낯설면서도 한 번쯤 구경하기 좋은 이곳은 특히 정말 제대로 된 중앙아시아 음식을 맛볼 수 있는데, 양고기, 고기 육수의 국수 등은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는다.
혜화동의 리틀 마닐라
마닐라는 필리핀의 수도로 혜화동성당 앞쪽은 ‘리틀 마닐라’라는 별칭이 있다. 바로 매주 일요일 오전 필리핀 상인들이 모여 마켓을 열기 때문이다. 본래 이곳은 1909년 독일 베네딕토회가 백동수도원을 설립하며 자연스럽게 성당, 학교, 기숙사 등이 생기며 독일인 마을로 불렸는데, 이곳에 혜화동성당이 들어서고, 필리핀어인 따갈로그어로 미사를 집전하는 신부님이 계시면서 필리핀인들이 많이 모이기 시작했다고. 한국에 거주하는 필리핀 인구수는 약 4만 명이라고 한다.
매주 일요일 오전 혜화동성당 앞에서 동성고등학교까지 약 15개의 장터가 들어서는데 필리핀식 꼬치구이나 바나나 구이, 필리핀 어묵 등 다양한 전통음식을 맛볼 수 있고 식재료를 팔기도 한다.
대림동 중국거리
인천에 차이나타운이 있지만 서울 대림동 역시 많은 중국인들이 모여살고 있다. 대림역에서 구로디지털단지역까지 넓게 상권을 형성 중인데 이 중 가장 핵심이 되는 곳은 바로 대림 2동. 이곳에만 1만여 명이 넘는 중국인이 거주 중이라고 한다.
대림역 12번 출구로 나가면 마치 작은 중국에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온통 중국어로 가득 찬 간판을 볼 수 있고 길을 걷다 보면 한국어보다 중국어가 더 많이 들린다. 중국식 식재료를 파는 가게들로 빼곡하며 여행사, 환전소, 부동산, 노래방, 유흥주점 등 온갖 편의시설이 늘어서 있다. 종종 중국음식이나 양꼬치, 마라탕 등을 먹으러 오는 한국인들도 있지만 상권 자체가 서울에 거주하는 중국인을 상대로 하고 있어 다른 외국인 마을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다.
동부이촌동 일본인 마을
용산구에 위치한 동부이촌동은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일본대사관 직원과 가족들이 이곳에 거주하기 시작하여 지금은 약 1천 5백여 명의 일본인이 터전을 잡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문화가 섞여 있으며 일본어와 한국어가 같이 표기된 간판들, 일본인이 운영하는 가게, 맛집 등을 찾을 수 있다. 특히 이곳에 있는 모노마트는 일본 식자재를 살 수 있는 곳으로 아주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