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부르고 사용하는 서울시 도로명. 보통 도로명은 그 도로를 떠올릴 수 있는 대표적인 사물이나 건물 등을 바탕으로 짓거나 그 부근에 얽힌 역사 등을 반영한다. 그중 재미있고 특별한 서울 내 몇몇 도로명 몇 명예 도로에 관한 숨은 이야기를 살펴보자.
1. 테헤란로
테헤란로는 강남역에서 종합운동장역 근방까지에 이르는 약 4Km 길이의 강남 중심을 가로지르는 중심 도로 중 하나로 테헤란은 바로 이란의 수도 테헤란을 말한다. 이 길의 원래 이름은 삼릉로였는데, 지난 1977년 양국의 교류와 우의를 기념하는 의미로 서울 내에 이란의 수도인 테헤란을 도로명으로, 테헤란에 서울을 도로명으로 하는 것을 합의하여 테헤란로로 이름을 바꾸게 되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이란의 수도인 테헤란 역시 니야에시로를 ‘서울로’라고 개명한 바 있다. 테헤란로의 시작 지점에 가면 한글과 페르시아어로 도로명이 써진 표지석을 볼 수 있다.
2. 베트남 퀴논길
베트남 퀴논길은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보광로 59길의 명예도로명이다. 이곳은 지난 2016년 용산구가 계획적으로 조성한 베트남 테마거리로, 사실 여기에는 조금 아픈 역사가 숨겨져 있다.
과거 베트남 전쟁 시 한국에서 파견 된 맹호부대가 베트남의 퀴논시에 주둔해 많은 승전보를 울리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민간인 학살 등의 피해를 입히기도 했다. 이와 같은 이유로 퀴논시에는 ‘한국인 증오의 비’가 있었고, 용산구가 베트남 학생들 유학지원, 장학금, 백내장 치료센터 설립 등 오랜기간동안 지속적으로 화해의 손을 내밀며 마침 베트남에서도 해당 증오의 비를 위령비로 명칭을 바꾸는 등 두 도시가 자매결연을 맺어 교류하고 있다.
3. 프랑스로
프랑스로는 서울 서대문구 충현동에 있는 주한 프랑스 대사관 앞길에서 서소문로와 충정로 4길까지 이어지는 약 300m 길이의 길로, 양국의 문화 관광 활성화와 국제 교류 강화를 위해 서울시가 최초로 지정한 명예도로이다. 명예도로는 법정 도로명이 아니라 실제 주소지로는 쓰일 수 없다. 프랑스 대사관에서는 이곳에서 매해 한 번씩 다양한 문화행사를 개최해 프랑스 문화를 좀 더 알기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4. 송해길
송해길은 얼마 전 작고하셨지만, 50여 년 넘게 방송인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송해 선생님을 기념하여 선정된 곳으로 종로 2가에 있는 육의전빌딩에서 낙원상가에 이르는 240m의 구간이다. 송해길이 이곳으로 선정된 이유는 이 거리에 송해 선생이 연예인 상록회라는 친목단체를 설립하셨고 실향민으로 돌아갈 고향이 없어 늘 낙원동을 제2의 고향으로 수십 년간 방송 활동의 근거지로 삼으셨기 때문.
종로3가역 5번 출구에 가면 송해 선생의 표지석과 흉상을 발견할 수 있다. 지난 6월 한 달 동안은 영면에 잠드신 송해 선생을 그리고 이곳에 추모관이 설립되기도 했었다.
이곳은 서울에서도 우리의 옛 모습과 향수를 많이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주변에 있는 탑골공원 등 때문인지 유독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오랫동안 사랑을 받으면서도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식당이나 이발소 등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5. 노벨길
노벨길은 서울에서 가장 핫한 지역 중 한 곳인 연남동에 위치한 길로 정확히는 연남 파출소 사거리 공원부터 경의선 책거리까지 이르는 약 2.1km 길이의 산책로를 말한다. 이 길은 지난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이 우리나라 최초로 수상한 노벨평화상을 기념하고,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를 염원하는 한편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정된 명예도로이다.
이곳은 서울 내에서도 걷기 좋은 길로 손꼽히는 곳 중 한 곳으로 걷기 좋게 잘 정비되어 있는 길 곳곳에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와 나무, 졸졸 흐르는 시냇물 등이 예쁘게 어우러져있다.
6. 여성독립운동가길
여성독립운동가길의 법정 도로명은 율곡로 3길로 공예 박물관부터 정독도서관까지에 이르는 440m 길이의 구간으로 덕성 여중고 앞길을 말한다. 이 길은 1930년 1월 광주학생독립운동에 주체적으로 동참했던 근화여학교 학생들이 시위를 전개했던 독립운동의 현장으로 ‘감고당길’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7. 한글가온길
한글가온길은 한글중심길이라는 순우리말로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고 반포했던 경복궁 주변의 세종대로 부근에 있는 위치해 있으며 정확한 도로명주소는 서울 종로구 신문로1가 58-51이다. 이 길에는 세종대왕 동상과 세종이야기 전시관, 일제 강점기 시절 한글을 지키고 보급하는데 앞장선 주시경 선생의 집터, 한글학회 건물 등이 있어 한글에 대해 자세히 공부하고, 몰랐던 많은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일대에 그대를 기다림, 음양오행, 한글벽돌, 단발모눈, 삶의 나무 등 한글 조형물 18개가 숨겨져 있는데 주의 깊게 살피지 않는다면 쉽게 지나갈 수 있기 때문에 하나하나 차근차근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보물찾기 하듯 아이들과 함께 해본다면 한글 공부는 물론 우리의 문화를 찾는 좀 더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8. 하니사랑길
강동구 성내동에 위치한 하니사랑길의 하니는 바로 8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우리 만화영화 하니를 말한다. 달려라 하니의 배경이 된 성내동 일대와 성내 중학교가 바로 이곳에 있기 때문. 이와 같은 이유로 강동구에서는 ‘하니 테마마을’을 조성하였으며, 그 일환으로 하니공원 역시 세워졌다. 만화 속 하나의 집은 현재 하니빌라가 들어서 있으며, 홍두깨 선생의 자취방이었던 슈퍼는 지금은 부동산으로 바뀌였지만 옛 추억을 느껴보고 싶다면 한 번쯤 방문해 보기를 추천한다.
특히 하니사랑길은 강동구음식문화특화거리 중 하나로 강동구의 맛집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9. 서울장미길
서울 장미길은 중랑구 묵동에 위치한 1.8km 거리의 길로 중랑 장미공원 일대에 조성되어 있다. 이 길은 서울을 대표하는 꽃 축제인 ‘서울 장미축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곳으로 길 일대에 빼곡하게 장미 나무들이 심어져 있어 매해 5월이 되면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볼 수 있다.
이 길의 끝에서 끝은 도보로 약 30분 정도 소요되며, 축제 기간이 되면 곳곳에 관련 조형물이 설치되어 사진을 찍거나 감상하기 좋다. 우리가 흔히 보던 모습의 장미는 물론 다양한 모습을 한 장미 나무와 저마다 다채로운 색상을 뽐내고 있는 장미들이 만개하는 모습을 놓치지 말 것!
매해 꽃이 피는 시기에 따라 열리는 장미축제의 날짜는 조금씩 차이가 나니 정확한 정보는 홈페이지를 참고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