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싯적에 영화감독을 꿈꿨고, 미장센이니 플롯이니 잘 모르지만 학생영화, 독립영화들을 여럿 봤더랬다. 그저 치기 어린 시절 한낱 바람처럼 지나간 꿈이라 아득한 기억이지만 ‘독립, 예술’라는 이름에서 왠지 모를 향수가 느껴진다. 간만에 이런 영화들을 하나 둘 접하기 좋은 곳들을 모았다. 예술영화하는 곳이라고 써있어서 그런가. 입구부터 이미 시적인 느낌이다.
1. 아트나인
독립영화, 예술영화를 다루는 아트나인. 그리고 카페 겸 바 잇나인. 아트나인과 잇나인은 영화관과 레스토랑 겸 카페를 겸하고 있는 하나의 복합문화 공간이다. 루프탑 형태의 시네마 테라스에서 그날 그날 상영하는 특별한 영화들을 감상할 수 있다.
활짝 열린 폴딩도어 아래에서 즐기는 예술 영화 한 편, 예약은 여기서 할 수 있다.
2. 에무시네마
르네상스 사상가 에라스무스 Erasmus의 약칭을 딴 에무시네마. 트렌디한 기획전과 프로그램으로 2030에게 사랑받는 예술 영화관이다. 루프탑 개방하기 좋은 계절이면 야외 영화제 <별빛 영화제>를 연다.
복합문화공간 에무 아래 공연장과 카페, 그리고 야외 상영관을 포함한 3개의 영화 상영관이 있다. 영화 시간표 및 예매 안내는 공식 인스타그램 참고.
3. 자체휴강
낙성대역 인근에 있어 언제라도 자체적으로 휴강을 때리고 달려가 원하는 영화를 틀어 보고 싶은 욕구를 해소해 주는 영화관, 자체휴강이다. 그달의 상영작중 원하는 작품을 운영시간 중 자유롭게 방문해 관람할 수 없다. 편 수에 관계없이 선택하는 것이 특징. 단편 영화는 영화 1편당 4천 원의 저렴한 상영료를 통해 관람할 수 있다. 학생의 경우 1천 원 할인.
4. 헵시바극장
영화관이라기엔 바에 가까운 듯 보이는 외관이지만, 엄연히 극장이라고 명명한 헵시바극장. 고전영화 틀어주는 영화관이자 와인바다. 미니 영화관이 있는 헵시바극장에서는 매일 오후 7시마다 그날 그날의 고전영화를 상영한다. 매달 영화 동호회도 운영해 영화를 함께 감상하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도 가진다고.
와인바인 만큼 영화 상영료는 별도로 받지 않지만, 의외로 재밌는 고전영화를 보다보면 와인 한 두 잔은 금세 동나기 마련.
5. 무비랜드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관을 지어버린 디자이너들의 공간. 디자인 브랜드 모베러웍스를 전개하는 모빌스 그룹에서 몇 달 전 영화관을 열었다. 핫도그 유산지부터 홈페이지까지 모베러웍스 디자이너들의 손을 타지 않은 데가 없고, 상영작은 초대된 큐레이터가 선정한다. 지금까지 배우 박정민, 코미디언 문상훈, 감독 신우석 등이 큐레이터로 참여했다. 왓챠와 협업해 기획하는 프로그램들도 주목하는 재미가 있다. 시간이 지나 낡으면서 더 빛을 발하는 보석같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영화관이다.
6. 서울아트시네마
고즈넉한 정동길에 자리 잡은 서울아트시네마. 상영작이 1920년대 고전 예술영화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비영리 시네마테크다. 2002년 개관 이래 영화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작품들을 소개해 왔다. 시네필이 아니라면 초면인 작품들을 만날 가능성이 다분하지만, 그럼 어떤가. 백 년 전의 영화에서 뜻밖의 영감을 얻게 될지 모른다.
7. 명필름아트센터
‘접속’, ‘공동경비구역 JSA’, ‘건축학개론’ 등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작품들을 만든 제작사 명필름의 복합문화공간이다. 돌비 애트모스 시스템이 있는 영화관부터, 카페, 펍, 쇼룸, 아카이브 룸, 스크리닝 룸, 굿즈샵이 5층에 걸쳐 있어 다양한 문화 경험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