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아무리 요즘 공사장이 카페가 되고 음침한 분위기가 힙스터 성지로 탈바꿈하는 시대라지만, 그래도 본인들의 존재 이유나 이래야만 하는 구실 한 두 개 정도는 가지고 있다.
하지만, 성수동 1번 출구 근처에 이름도 무근본에 사장님과 직원들도 스스로 근본 없기를 자처하는 칵테일바를 발견했다.
뜬금없는 무서운 이야기와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는 공개 구혼, 그리고 1열에서 직관하는 노래까지. 난데없이 웃통을 까고 황희찬 브라를 보여주고, 개쌉 무근본 칵테일 3잔을 주문하면 각기 다른 칵테일이 나오는 곳, 그 와중에 시그니처 안주 이름은 야 이거 뭔데 맛있냐인 근본 없음의 그 자체, 성수동 무근본의 사장님과 무근본 직원이자 인스타그램 릴스 150만 뷰의 히어로 순수청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1. 술집 무근본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사장님) 성수동에서 원래 다른 일을 하고 있었어요. 문득 재미로 새로운 일이나 도전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이 건물이 부동산에 매물로 나와 있었죠. 비싼 취미로 시작한 바이고 전업으로 할 생각도 없었어요.
21년 8월 처음 오픈했을 때는, 일주일에 이틀만 여는 곳이었어요. 그러다 영업 제한이 풀리면서 4일 정도 열어보니 손님분들도 꽤 찾아주시고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21년 12월 말부터 이곳 무근본에 집중하기 시작했죠.
2. 직접 노래를 부르게 된 계기가 있나요?
(사장님) 노래를 불러봤더니 사람들이 좋아해서 그냥 하는 거예요. 술집이니 음악은 있어야 해 스피커를 설치해뒀었고, 혼자서 가게를 운영할 때는 바쁜 날에 카페처럼 주문 나온 거 가져가라고 마이크로 안내를 하기도 했어요. 제가 원래 보컬 트레이너로 일하기도 했었고요.
3. 손님이 무근본에서 노래를 부르려면?
(사장님) 취하기 전에 당당하게 노래를 부르겠다고 요청하셔야 해요. 너무 취하시면 노래를 안 시켜드립니다.
4. 무서운 이야기 소스는 어디서 구하시나요?
(순수청년) 네이버요. 가끔 손님분들을 집중시키고 싶을 때 어떤 이야기를 해줄까 고민하다가 무서운 이야기가 생각나 하게 됐어요.
5. 앞으로도 계속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실 건가요?
(순수청년) 정해놓으면 안 될 것 같아요. 저희가 지겹거나 손님들이 재미없어하면 또 바뀔 거예요. 정해놓고 하는 것보다 순간 떠오르는 걸로 즉흥적으로 하는 게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나 생각해요.
6. 개쌉 무근본 칵테일은 무엇인가요?
(사장님) 개쌉 무근본 칵테일과 무근본 커스텀 칵테일이 있는데요. 무근본 커스텀 칵테일은 손님이 원하는 대로 커스텀해서 드리는 무근본만의 커스텀 칵테일이고요. 개쌉 무근본 칵테일은 저희 직원들이 알아서 그때그때 원하는 걸로 만들어 드려요.
많이 아시는 레시피대로 칵테일을 드리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직원들이 각자 개발한 저마다의 시그니처 같은 레시피로 만들기도 해요.
하지만 핵심은 다른 칵테일바에서는 볼 수 없고, 이쁘거나 멋있지도 않게 하려고 하죠.
7.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인 ‘야이거뭔데맛있냐’의 탄생 비화가 있나요?
(사장님) 유튜브에서 백종원님이 만드는 간단한 멕시코 스타일 요리를 봤어요. 제 스타일로 변형을 했는데 모양새가 영 별로더라고요. 친구들한테 줘보니, ‘이게 뭔데 맛있냐’면서 맛있다길래 친구들 표현 그대로 안주 이름을 정했어요.
8. 무근본의 칵테일들이 주변 상권에 비해 저렴하네요?
(사장님) 일단은 저희가 가져가는 이익이 적고요. 일단은 근본이 없는 곳이기도 했고, 제가 술을 전문적인 스승님께 배우고 공부하고는 있지만 수년간의 경험이나 경력이 있는 전문가는 아니니 비싸게 받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바에 가면은 한잔 더 마시고 싶은데 가격 때문에 고민이 되는 경우들이 있어요. 그렇지만 저는 손님들이 재밌게 노시고 취했으면 하는 마음에 소주와 맥주를 들여놓고 또 칵테일과 위스키 가격을 낮췄죠.
9. 무근본이 어떤 공간으로 남길 바라시나요?
(사장님) 손님들이 “여기만 오면 만취해서 가요”라고 말씀해주세요. 실제로 재방문율이 꽤 높은 편인데, 방문하셨던 손님들이 나중에 이야기하시다가 “그때 우리 재미있었지”하고 회상할 수 있는 추억의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진짜 개웃기고 못 가겠음” 무근본이라는 이름이 주는 중압감에, 온갖 인싸들만 몰려있는 듯한 대기 줄에 발길이 선뜻 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나가는 I 형의 에디터가 느낀바 이곳은, I도 E가 돼서 나오는, 누구 하나 소외하지 않고 모두가 즐겁고 취하게 재밌게 놀다 가길 바라는 술집이다. 다만 근본만 없을 뿐.
친구들이랑 놀고는 싶은데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없다면, 술만 먹고 있으면 알아서 놀거리를 채워줄 성수동 무근본에 방문해보자.
😎 근본 없는 술집, 성수동 무근본의 콘텐츠 리스트 (상시 업데이트)
- 무서운 이야기 (라디오 데이, 사연신청)
- 공개구혼 w. 새콤달콤
- 1열 직관 노래방
- 상의 탈의 쇼 feat. 황희찬 브라
- 동시에 여러잔 시켜도 제각각으로 나오는 개쌉 무근본 칵테일
- 추천 안주 이름 ‘야이거뭔데맛있냐’
(* 위 콘텐츠들은 그날그날 직원들의 컨디션과 분위기에 따라 바뀔 수 있다.)
📍 서울 성동구 성수일로8길 40-1 1층 105호 (지도)
👉 매일 17:00-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