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은 유난히 붕어빵 생각이 많이 나는 듯하다. 근처 붕어빵 집을 찾기 위해 붕어빵 지도 어플을 깔았다가 서초 초등학교 앞의 왕의꼬치 트럭을 발견했다. 오후 3시의 애매한 시간임에도 사람들이 가득했고, 들어가 붕어빵을 주문하니 젊은 청년 3분이 맞아주었다. 계좌이체로 결제했는데, 이체내역을 확인하지 않고 믿음으로 붕어빵을 건네주기까지. 돌아와서 맛을 보니 맛도 좋아 이들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다.
강남역 앞, 붕어빵을 파는 저 젊은 청년들은 누구인가?
안녕하세요, 왕의 꼬치 입니다
안녕하세요. 왕의꼬치는 서초구의 허가 아래 운영하는 청년 푸드트럭이에요. 원래는 꼬치를 주로 팔다가 올해 9월부터 처음으로 붕어빵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왕의꼬치는 된장, 고추장, 간장 베이스의 한국적인 요리로 왕에게 바칠 수 있는 음식을 만든다는 컨셉으로 퀄리티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군대와 극단 생활, 유학 사이의 갈림길에서 푸드트럭을 시작했어요.
제가 예고를 나왔어요. 저는 예고 졸업 후 극단으로 바로 들어가거나 아니면 마임 연습을 하면서 프랑스로 유학을 갈 지 진로를 고민하고 있었죠. 공연을 즐기기도 했고,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았던 기억이 좋아 마임 연기자가 되고자 비용 마련을 위해 이곳저곳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어요.
그때가 23살이었는데, 때마침 서울시에서 푸드트럭을 활성화 중이었고 거주하던 서초구에서는 푸드트럭을 위한 공간을 내어준다는 공지를 발견해 푸드트럭에 도전하게 되었죠.
경험했던 알바들이 대부분 요식업이었고 요리에 자신도 있어서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감을 가지고 푸드트럭을 시작할 수 있던 것 같아요. 생과일 음료, 분식, 호떡, 돈카츠 매장 등 다양한 시도를 하다가 왕의꼬치까지 오게 됐죠.
붕어빵은 새로운 에너지였어요
왕의꼬치 이전에는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했어요. 생과일 음료, 분식, 커피 등등을 거쳐 왕의꼬치까지 왔고 열정과 체력을 쏟아 브랜딩하고 장사하면서, 4년 동안 매일 완판하는 강남 수제 닭꼬치 맛집을 완성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쏟은 탓에,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했었죠.
이때 떠오른 것이 바로 붕어빵이었어요.
붕어빵과 꼬치의 조화가 이질감이 없었고, 제가 원하던 한국적인 색깔에 붕어빵이 잘 어울리기도 했죠. 또, 제가 먹고 싶을 때 언제든지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붕어빵 장사를 시작했어요.
저희는 붕어빵 베이커리에요
저는 저희가 붕어빵 베이커리라고도 생각해요. 흔한 길거리 음식일지라도 허투루 만들지 않고 반죽, 팥, 슈크림 모든 재료에 정성을 쏟아요. 적당한 바삭함과 쫄깃함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손님들로부터 ‘왕의 꼬치가 제일 맛있다, 이곳이 나의 최애다’를 듣는 것을 목표로 장사하고 있어요.
전쟁터 같은 강남 한복판에서 느닷없이 마주친 저희의 붕어빵이 순간의 행복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붕어빵에 정성을 다해 굽고 있어요.
갑자기 맛있는 것 먹을 때 느끼는 행복감,
왕의꼬치는 그걸 계속 줄 수 있는 공간으로 남았으면 해요.
손님분들이 제게 선물들을 많이 주세요. 초콜릿, 따듯한 차, 아이스 아메리카노 등 많이들 주세요. 다들 그냥 제가 오래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세요. 복장도 전투복처럼 입고 있고 바쁘고, 집중해서 일하니까 많은 분들이 ‘사장님 오래 하셔야 해요’하면서 자기 먹을 거 나눠주시곤 해요. 이런 게 계속해서 일을 할 수 있는 힘이 돼요. 한시바삐 돌아가는 강남에서 이 공간 만큼은 평화로운 것 같아요.
저는 왕의꼬치가 손님들이 지나가다가 언제든 들려도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갑자기 맛있는 것 먹을 때 느끼는 행복감, 이걸 계속 손님들께 드리고 싶어요. 왕의꼬치 외에도 개인적으로 만들어보고 싶은 다양한 브랜드들이 있는데 다음 브랜드들을 만들더라도 왕의 꼬치는 지금의 모습 그대로 두고 싶어요.
영업시간 전의 왕의꼬치는 매장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어묵을 꼬치에 일일이 끼우는 와중에도, 붕어빵 기계를 예열하는 중에도 손님들의 발길은 계속 이어졌다. 비록 야외 푸드트럭이지만 손님들이 춥지 않게 하기 위해 온도에 신경 쓴다는 그의 말처럼, 입김이 나오는 바깥과 달리 왕의 꼬치 비닐 안은 따듯했다.
왕의꼬치는 강남역 3번출구 서초 초등학교 앞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