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살기 좋아지는 서울에 자부심이 높아지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건 야속하게 치솟는 물가. 월말이면 자연스럽게 지갑 사정을 걱정하게 되는 이든, 수능을 끝내고 갈 곳을 물색 중인 수험생이든, 그저 언제나 좋은 공간을 찾아 헤매는 이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서울의 무료 공간을 소개한다.
서울의 밤을 수놓는 무료 공연
1. 서울라이트 DDP
서울 도심 한복판을 환하게 비추는 초대형 미디어아트 프로젝트 서울라이트. 서울라이트는 서울 곳곳의 랜드마크에서 열리고 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외벽을 거대한 작품으로 둔갑시키는 서울라이트 DDP도 그중 하나. 지난가을엔 화가 김환기의 작품으로 외관을 장식한 바 있고, 오는 12월 12일부터 12월 31일에는 DDP 개관 10주년을 맞이한 서울라이트 DDP 겨울이 열린다. 31일에는 카운트다운 이벤트도 열릴 예정.
2. 서울라이트 한강빛섬축제
서울라이트 한강빛섬축제는 매년 10월 10일 동안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펼쳐지는 축제다. 서울 최대 규모 수변 레이저 아트 축제로 축제는 퍼포먼스 러닝, 미디어아트, 전문가 강연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서울시에서 빛섬축제를 선유도, 노들섬 등 서울을 대표하는 섬을 순회하는 예술축제로 만드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으니 내년을 고대해 보자.
3. 한강불빛공연 드론라이트쇼
불꽃축제와 함께 서울의 대표 야간 행사로 자리 잡은 드론쇼. 한강불빛공연 드론라이트쇼에서는 1,000대의 화려한 드론이 밤하늘을 수놓는다. 상반기와 하반기, 야외 활동을 하기 좋은 봄, 가을에 약 두 달 동안 매 주말 진행된다. 관심이 생긴다면 내년 4월을 기약하자.
마음 살 찌우기, 책 읽기 좋은 공간
4. 광화문 책마당
포근한 날씨가 오랫동안 이어지던 2024년 특히 많은 사랑을 받은 서울야외도서관이 11월 10일로 마무리되었다. 서울야외도서관 대표 공간인 광화문 책마당. 광화문과 세종대로 광장에 둘러싸인 채로 하늘이 뚫린 공간에서 여유롭게 드러누워 독서할 수 있는 시간이란. 광화문 책마당은 내년 봄 다시 돌아온다.
5. 책읽는 맑은냇가
서울야외도서관의 또 다른 인기 프로그램, 청계천을 따라 늘어선 책읽는 맑은냇가. 한국적인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붉은 탁상과 의자로물가와 독서라는 호흡 좋은 진풍경을 만들어 내던 공간이다. 역시 내년 봄 다시 돌아올 예정이다.
6. 가볼 만한 도서관 7
위의 두 프로그램이 잠시 쉬고 있는 지금 이 순간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아쉬운 마음을 갖게 될 텐데. 그럴 필요 없다. 여기서 가볼 만한 서울의 도서관을 확인할 수 있다. 2024 서울특별시 건축상 최우수상을 받은 오동숲속도서관부터, 단풍과 설경이 아름다운 남산도서관, 한옥 도서관인 청운문학도서관, 통창 맛집인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까지.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자.
사시사철 아름다운 산책길
7. 북촌 한옥마을
망원부터 성수, 신당까지. 10년 사이 새롭게 떠오른 동네들을 생각하면 결국에는 서울의 모든 곳이 핫플이 되지 않을지 과장 담은 예상을 하게 된다. 그전부터 언제나 그 자리에서 고즈넉한 모습을 하고 있던 북촌은 갈 때마다 마음이 여유로워지는 곳이다. 삼청동과 계동 인근을 걷다가 에너지가 충분하다면 경복궁과 청와대 사이로 걸어 서촌까지 넘어가 보자.
8. 남산둘레길
남산 도서관을 들렀다가 남산둘레길을 걸으면 평화로운 산책 코스가 완성된다. 남산북측순환로, 남산남측순환로, 소월로, 남산야외식물원 등 산책 코스 4개는 가을단풍길로도 유명하다.
9. 윤동주 시인의 언덕
서울의 성곽길로 낙산공원이나 인왕산이 유명하지만, 서울 산책 고수라면 청운공원 윤동주 시인의 언덕을 알 거다. 부암동에 조용히 자리 잡은 청운공원은 한쪽에는 창의문이 다른 한쪽에는 종로 야경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숨은 명소다. 경복고등학교를 지나는 언덕길을 오르내려 이곳에 온다면 야경을 천천히 길게 볼 수 있다.
10. 용산가족공원
시야가 탁 트인 서울의 공원으로 올림픽 공원, 서울숲을 떠올릴 수 있겠다. 서울의 동쪽까지 도달하기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용산가족공원은 좋은 선택이다. 굳이 비교하지 않더라도 연못과 나른한 버드나무 뷰로 충분히 아름다운 곳이기도 하다. 날 좋을 때 피크닉 하기도, 들렀다가 조용한 동부이촌동 구경을 나가기도 좋다.
무료인데 인사이트는 잔뜩 얻어가는 전시
11.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SeMA)은 특별전을 제외하면 언제나 무료다. 지난해 화가 에드워드 호퍼, 올해는 건축가 노먼 포스터 등 국내외 거장을 소개할 뿐만 아니라 젊은 작가들의 패기 있는 작품들도 두루두루 다룬다. 옛 대법원을 개조한 서소문본관부터, 북서울관과 남서울관, 백남준 기념관 등 서울 곳곳에 있으니 여기서 전시 소식을 확인하자.
12. 리움미술관
한남동 갤러리들 사이에 자리한 리움미술관에서도 고미술 상설전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의 것까지 아우르는 고미술 컬렉션을 볼 수 있는 전시다. 고미술에 관심이 없더라도 건축만으로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리움 미술관은 건축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 수상자 장 누벨과 렘 쿨하스, 그리고 붉은 벽돌의 마술사 마리오 보타가 지었다.
13. 국립중앙박물관
어린 시절 부모님을 따라 국립중앙박물관엔 갔을 땐 몰랐다. 육중한 기둥이 받치고 있는 건물과 수천 년의 한국 이야기를 담고 있는 전시실들이 곧고 자부심 깃든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이곳이 재미없는 역사 공부의 교실이 아니라 현재를 있게 한 시간들을 이해하게 하는 경험의 공간이라는 것을. 바깥 경치 감상할 눈도 어느 정도 생긴 우리는 안다. 박물관을 커다란 액자 삼은 이곳에 최고의 남산 뷰가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