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은 여전히 단단한 가운데 새로운 공간이 생기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활기가 있다. 걷는 재미가 있는 이 동네 곳곳에 자리한 음식 잘하는 집 8곳을 소개한다.
1. 데케드
데케드는 통인스윗부터 서촌금상고로케 등 서촌 터줏대감들이 모여 있는 목 좋은 곳에 자리 잡았다. 브런치와 디너를 하는 이곳은 옆 동네 북촌 정독도서관 맞은편에 있는 내추럴와인바 률의 두 번째 공간이다.
유럽 스타일 요리를 선보이는데, 데케드의 갈레뜨와 가스파초, 앤다이브 샐러드를 먹고 있으면 아틀리에 셉템버같이 비슷한 요리를 하는 유럽의 어느 식당에 와있는 듯하다. 흉내만 내는 수준은 한참 넘어선, 고민의 시간이 느껴지는 맛으로 보나, 미니멀하면서 감각적인 공간의 에너지로 보나 그렇다. 테라스에 앉아서 시간을 나른하게 보내기도 좋다.
📍종로구 자하문로7길 43 1층
2. 잘빠진메밀
여름이면 더 인기지만 든든하게 먹어도 속이 편해서 사계절 찾게 되는 메밀면. 서촌 나들이를 계획 중인 메밀면 애호가는 잘빠진메밀에 가면 된다. 클래식한 물막국수, 비빔막국수와 새싹과 버무려 산뜻한 들기름막국수가 주종목이고 밥상, 술상 세트도 있다. 실패 없는 맛과 적당히 잘 정돈된 공간에서 정겨운 종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익선동, 을지로, 성신여대에도 지점이 있다.
📍종로구 자하문로11길 4
3. 돌밭 메밀꽃
메밀 맛집들이 사이좋게 모여 있는 서촌에는 추천을 남겨야 하는 곳이 하나 더 있다. 옛 상호인 메밀꽃필무렵으로도 알려진 돌밭 메밀꽃이다. 새로 지은 건물을 보고는 미처 가늠할 수 없겠지만 이곳은 20년이 넘은 노포다. 돌밭 메밀꽃의 별미는 메밀콩국수. 액자 같은 창문이 담는 맞은 편의 경복궁 돌담 풍경은 덤이다.
📍종로구 효자로 31-1
4. 세이지핀치
아침을 부지런히 시작하고 싶다면 세이지핀치에 가자. 세이지핀치는 필운대로 초입에서 배화여대로 올라가는 길에 있는 작은 브런치 카페다. 사장님 혼자서 한 그릇 한 그릇 아기자기하게 꾸며 완성한 음식을 내어놓는 곳으로, 혼자 가서 조용히 아침을 보내기도 좋다. 세이지핀치는 금요일부터 월요일,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문을 연다. 재료가 소진되면 문을 일찍 닫으니 늦지 않게 가는 것이 좋다.
📍종로구 필운대로1길 8
5. 체부동잔치집
서촌에서 만만하게 2차할 곳을 찾고 있다면 세종마을 골목만한 곳이 없다. 안주마을, 아우네빈대떡 등 포차 재질의 술집들이 모여있는 거리다. 체부동 잔치집에는 갖가지 전과 도토리묵 등, 등산하지 않은 채로 하산하고 먹는 듯한 안주들과 시원한 막걸리가 있다. 국수와 모밀, 만둣국도 있어서 간단하게 식사하기도 좋다.
📍종로구 자하문로1길 16
6. 비스트로 친친
조용한 효자동 골목을 산책하다가 우연히 마주친 비스트로 친친은 알고 보니 지난 10년 동안 확실하고 묵묵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내공 깊은 곳이었다.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이 아늑한 공간에서는 에피타이저, 안티파스토부터 스테이크, 그라니따까지 이탈리아 요리를 코스로 즐길 수 있다.
📍종로구 효자로13길 54
7. 호라파
이미 선정된 적 있는 식당들이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4 리스트를 채운 가운데, 여섯 곳이 올해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태국음식점 호라파는 그중 하나다. 호라파는 숯향과 향신료의 풍미가 가득한 태국 길거리 음식에서 영감을 얻은 요리를 한국의 식재료로 선보인다.
오향 육수에 익힌 숯불 돼지귀 요리 후무양부터, 그린파파야와 제철 과일로 완성한 쏨땀, 예천 소화농장 두유로 만든 아이스크림에 타피오카 펄을 얹은 아이떰남따오후까지. 어떤 맛이 날지 궁금하다면 직접 경험해 보길.
📍종로구 자하문로 37-1
8. 두오모
마지막으로 방앗간처럼 들르게 되는 이탈리아 가정식집 하나 더. 우리가 먹는 식재료가 어디로부터 왔는지 고민하며, 향긋한 채소로 계절의 음식을 내놓는 곳. 이탈리안이 당기는 날이면 고민 없이 가서 입을 즐겁게 하기 좋은 두오모다. 가끔 호라파 같은 동네의 친구 식당들과 재밌는 팝업도 하니 관심이 생긴다면 소식을 따라가 보자.
📍종로구 자하문로16길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