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편집숍, 팝업 스토어.
각종 핫한 스팟들이 모여있기로 유명한 성수.
하지만 서울의 많은 곳들이 그렇듯이 성수 또한 지금 모습과는 사뭇 다른 역사를 가지고 있다.
바로 대한민국 수제화 산업의 중심지.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를 반영한 기성화가 인기를 얻은 이후, 한땀 한땀 시간이 걸려 만든 수제화는 인기를 잃어갔다.
하지만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성수에는 여전히
반세기 넘게 오직 ‘신발’ 하나만을 만들어온 사람들이 있다.
바로 성수 수제화 명장들이다.
오래된 기술,
좋은 신발을 만들겠다는 집념,
그리고 고객과의 약속.
다른 건 다 차치하더라도
이 세 가지만은 지켜내겠다는 마음으로,
곧은 소나무처럼 자리를 지키며
굳은살 위에 또 하루의 시간을 덧대왔다.
그들의 손끝에서 태어나는 구두는 마치 신데렐라의 유리구두처럼,
오랜 노하우와 장인정신이 깃든 ‘마법’에 가깝다.
유홍식 – 수제화 1호 명장

‘수제화 1호 명장’이라는 타이틀은 자칭이 아니다.
2014년, 엄격한 공식 심사를 거쳐 7명의 쟁쟁한 후보 중 당당하게 선정된 것이다. 그는 12살 무렵부터 구두 만들기를 시작해 60년 넘게 신발만 만들어온 인물이다.
전직 대통령을 비롯해 수많은 정·재계 인사들이 그의 구두를 찾을 정도로 명성이 높다.
그는 ‘특 가보식 기법’으로 가장 유명하다.
짚신을 만들던 전통 방식에서 착안해 현대 구두 제작에 적용한 기술로, 한국 고유의 수제화 공법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고 있다.
말 그대로 ‘살아 있는 문화재’에 가까운 장인이다.
한용흠 – 구두에게 새 삶을 주는 ‘구두 요정’
패스트 패션에 길들여진 우리는,
유행에 뒤처지는 신발은 바로 버리고,
또 사고,
밑창이 헐면 또 버리고,
그러다 또 사고, 1년에도 몇번씩 이 행위를 반복하며 낭비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한용흠 명장 손에 들어가면 오래된 구두는 새 삶을 얻는다.
그 역시 반세기 가까이 구두를 고치고 만들어온 장인.
성수 일대에서는 10년, 20년 경력은 ‘신입’ 취급을 받을 정도다
과거, 카멜레온 원단으로 제작한 반짝이는 구두가 YG 엔터테인먼트 관계자의 눈에 띄며 그는 2NE1과 빅뱅의 무대용 신발을 제작하기도 했다.
기성화가 아닌 수제화가 하이패션과 대중문화까지 스며들었던 상징적인 순간이었다.
전태수 – 트럼프 딸, 이방카도 반한 바로 그 신발

2017년 한미정상회담 당시,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가 신었던 빨간 꽃신.
전태수 장인의 작품이다. 정치인, 재계 인사, 연예인까지
그의 단골 명단은 화려하다.
유홍식 장인이 ‘수제화 1호 명장’이라면, 전태수 장인은 ‘여성 구두 명장 1호’로 선정된 인물이다.
특히 여성 발의 곡선과 체형에 맞춘 라스트(구두 틀) 설계가 강점으로,
화려함과 착화감을 동시에 잡는 장인으로 평가받는다.
정영수 – 신발의 기본은 바로 ‘편안함’

정영수 명장의 구두는 ‘편안함’으로 유명하다.
천연가죽과 찹쌀풀만을 고집해
공방 안에는 그 흔한 인공 화학물질 특유의 냄새조차 거의 없다.
다른 명장들에 비해 경력이 짧다고 하지만
그 ‘짧음’이 무려 약 46년.
인체공학적인 설계를 바탕으로 발에 맞는 0.1mm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집요함으로
‘신으면 바로 느껴지는 편안함’을 만들어낸다.